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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대표에 출마해 보았습니다 ^^ ;

스타워커 2011. 3. 9. 15:57

저는 봉천동 MH아파트 81세대의 단독단지... 주택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임의관리대상 공동주택에 5년째 살고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관리소장(주택관리사보)도 없이 동대표가 자치회장을 맡아 자치회 임원들과 함께 자치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8년 동안 동대표를 역임했던 전임 자치회장이 주민들의 무관심속에 별로 하는 일 없이 연임을 계속해 온 것입니다. 그리고 업적은 커녕 오히려 경비원이나 주민들과 자주 싸우고, 고압적인 태도로 자치회장이 아닌 자치왕으로 군림해 왔지요.

매월 자치회장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20~30만원 정도의 봉사료 정도인데, 왜 그분이 그렇게 그 자리에 연연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2년 임기가 다할 때 쯤 자치회장 출마자격 공고를 내붙이는데, 그게 붙일때마다 바뀌어서 좀 웃긴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22일 주민총회에 나가서 이번에도 자치회장 입후보자가 없으니 그대로 연임을 해야겠다는 식으로 나오길래,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참석한 주민들의 지지 여론에 힘입어 아파트 주민총회를 다시 열어 공동주택 동대표 연임 제한사항에 대해 확인후 동대표 연임 재신임 또는 재선거를 하기로 결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치회에서 3월 3일 임시 주민총회 공고를 했는데...  우편함에만 넣어 놓고 공고문을 안 붙여 놓았더군요. 물론 안건도 안 올려 놓고... 전임 자치회장의 노골적인 주민총회 참석훼방책이라 생각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왕 총대 멘 김에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저와 뜻이 같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면서, 한편으로 임시 주민총회 참석권유 및 동대표 재선출 필요성에 대한 홍보물을 직접 만들어 주민들에게 돌렸습니다.

총회전 비오는 일요일, 81세대를 10층부터 한집 한집씩 초인종을 눌러 응답자가 있을 땐 취지설명하고 홍보물을 나눠주고, 집주인이 없을 때는 홍보물을 문에 끼워넣는 방식으로 한층 한층 내려가면서 3시간여 동안 주민총회 참석을 권유했습니다.

몇년전 재건축 비대위 활동을 통해 얻은 주민 명단을 참조해서 기존 자치회장 측근들과 전혀 무관심한 사람들은 배제하고, 사람이 없는 집에는 전화도 해가면서 유인물을 배포했는데, 90% 이상의 면대면 입주민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셨기에, 이번 기회에 꼭 동대표를 바꿔야겠다, 바꿀 수 있다고 기도하면서, 다짐하면서... 입주민의 50% 정도가 참석하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사실 아파트 생활환경 개선과 자산가치 증대를 위해 달리 동대표 직분을 수행할만한 사람이 없다면 전임 자치회장의 욕은 먹겠지만 나라도 동대표를 맡아서 기꺼이 봉사하겠다는 각오로 매달렸지요.

그 와중에 지난 7월 개정된 공동주택 동대표 임기 및 자격관련 주택법시행령 개정사항(50조)을 파악하고 그 적용에 관해 담당 공무원들의 유권해석 확인차 민원도 넣어 전임 자치회장이 구청의 행정지도까지 받게 했지요. ㅋㅋ

그랬더니 결국 3월 3일 임시 주민총회 당일날 오후에 전임 자치회장이 직접 저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까지 하더군요. 뭐, 논리는 없습디다. "니가 뭔데 나서서 그런 일을 하느냐? 나이도 어린 X이 ... 혼나볼래?" 이런 내용이었지요.

아무튼 드디어 3월 3일 임시 주민총회가 되었습니다. 주민총회 개최시각인 8시 조금 넘어 관리사무소에 가니 평소 주민총회를 하면 10여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날은 20명 정도가 모여 있더군요.

그리고, 총회에 참석해서 동대표의 연임 자격제한 및 재신임, 그리고 동대표 선거에 관해 참석한 주민들끼리 격론을 벌이며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계속 사람이 몰려오더니 최종적으로 39명의 주민이 참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기존 자치회 임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늘 하는 말은, 입주민들의 무관심으로 회의 공고를 해도 몇 사람 참가하지 않아서 그동안은 그 몇 사람들이 모여서 아파트 자치관리에 대해 결의한 사항대로 살림을 꾸려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역대 최고(^^)의 주민총회 참석율을 보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제가 직접 안건을 설명하고 총회 참석 권유문을 돌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되더군요. 대부분 참석한 주민들도 그렇게 답변을 했고... ㅎㅎ

그렇게 모인 임시 주민총회 결과 동대표 재선출로 중론이 모아졌고, 동대표 출마자격 제한사항도 기존 만 5년 거주에서 2년 이상 거주로 완화시켜 결국 제가 동대표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자치회장 포함 4명이 추대되어 출마했는데요, 1차 투표 결과 제가 1위를 하고(16표) 기존 자치회장과 친분이 있던 대변인이 2위를 했습니다.

최종 투표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저는 기존 자치회장 체제 변화를 목표로 이번 총회를 주도한 것이며 제가 꼭 자치회장으로 선출되어야 겠다는 마음은 없다. 그러니, 앞으로 우리 아파트를 위해 열심히 봉사하실 수 있는 최선의 후보에 투표해 달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최종 투표를 했는데, 결국 1차 투표시 2위했던 분이 자치회장으로 선출되었고(22표) 나머지는 저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동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신임 후보들과 함께 저도 신임 자치회 임원에 추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우리 삶의 작은 불의 하나,
작은 불편 하나 개선하는 것도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그날 밤 주민 들 중 저와 친했던 재건축 비대위 대표는 저를 불러 술자리를 같이하면서 제가 MH아파트 10여년 역사를 바꾸는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칭찬해 주시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우리 아들 학교에서 마추진 또 다른 주민은 우리 아파트를 위해 제가 총대를 메고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저를 칭찬해 주시고, 알아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저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 이미 바꾸고자 하는 민의가 있었는데, 아무도 앞에 나서서 하지 않길래 우리 아파트 내 집 문제라 그냥 있을 수 없어서 제가 작은 기여를 했을뿐, 결국 참석하신 주민들이 이뤄내신 것이다... 라고.

처음 이 일을 위해 내가 한번 나서 보겠다고 친형님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처음에는 적극 지지했던 형님이 여기저기 한번 알아보시더니, 하기는 하되 동조세력을 만들어 하고,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시더군요.

그래서 처음 홍보 유인물을 만들어 돌릴 때 제 이름을 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작은 불의를 바꾸는데 제가 이렇게 몸을 사리면 어떻게 더 큰 불의를 바꾸고, 불편을 개선하는데 앞장설 수 있겠는가?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그래서 제 이름을 당당하게 표기해서 유인물을 작성하고 직접 돌렸습니다. 이 참에 주민들에게 눈도장도 찍고, 책임도 내가 져야 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새로운 동대표 체제가 출범한지도 며칠이 되었습니다. 총회 결과 및 자치회 임원 명단이 게시판에 공표된 것 외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따로 자치회 임원 회의도 열리지 않고... 임원이 되었지만 부르지 않았나... ㅋㅋ

그래서 이왕 하는거 내가 끝까지 파이팅해서 동대표가 되었으면 좋았을까... 뒤늦게 이런 성급한 생각도 듭니다만...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처음 목표한 것을 이뤘으니 기다려 보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아마 제가 그때 동대표가 되었으면, 동대표 직 인수인계 및 아파트 자치관리를 위해 힘쓸 때 전임 자치회장과 그 측근들의 음해와 방해공작으로 우리 아파트가 소란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투표 결과가 지금과 같은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리고 있습니다.